누가 Kamil Galeev가 트위터에 쓴 푸틴의 생각과 전략에 관한 글을 번역했는데 꽤나 인사이트가 있는 글인거 같아서 블로그에도 공유하고자 퍼왔습니다.
<< 목차 >>
1. 러시아가 협상에 임하는 자세
어떤 이들은 러시아에게 제재를 하고 협상을 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형편 없는 생각입니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협상에 푸틴이 누구를 보냈는지 보세요. 러시아의 위대함에 대한 책을 썼던 교수이자 전직 문화부 장관이었던 블라디미르 메딘스키입니다.
만약 푸틴이 진짜로 협상에 임할 생각이었으면 정보/보안 쪽의 인물을 보냈을 것입니다. 대신 푸틴은 크렘린에서 별 영향력과 권위가 없는 싸구려 선동가 메딘스키를 협상단 대표로 보냈다. 이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와의 평화를 목표로 하지도 않음을 보여줍니다.
2. 역사적인 러시아의 몰락 사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체제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와의 전쟁에서 패배해서 몰락했었습니다. 그래서 푸틴이 물러서지 않으려는건 납득할만합니다. 소련의 몰락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물질적으로만 보면 아프간에서의 소련의 손해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쟁에서의 패배라는 수치는 당시 체제의 정당성에 손상을 입혔다. 89년에 소련군이 아프간을 떠났고, 91년에 소련이 붕괴했습니다.
러일 전쟁에서의 패배는 러시아 제국을 무너뜨렸습니다. 당시 일본은 러시아 제국에 비해 작고 약한 상대였고, 러시아 제국이 마음만 먹으면 일본이 나가 떨어질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도 있었습니다. 작고 열등해 보이던 적에게 패배했던건 너무 굴욕적이라 제국의 신화가 깨졌고, 러시아 제국이 무너졌습니다.
러시아는 가난, 불경기, 정치적 탄압은 견뎌낼 수 있지만, 약한 상대와의 전쟁에서 패배해서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표트르 대제처럼 미움을 받으면서 통치하는 건 가능하지만, 존경 받지 못하면서 통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굴욕적인 패배를 해서는 존경을 받지 못합니다.
3. 푸틴이 처한 상황
푸틴은 덫에 걸렸습니다. FSB의 아첨 섞인 거짓 보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판단을 잘못 내렸습니다. 푸틴은 여기서 물러나면 끝장입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푸틴이 러시아 사람들에게 승리로 포장할 수 있는 타협점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나본데, 그건 행복회로에 불과합니다. 푸틴이 그렇게 했가는 러시아에서 권력을 잃을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에서의 맹목적 애국주의 프로파간다는 꽤 성공적입니다. Z 메세지는 꽤 인기가 많습니다. 러시아 전역에 실질적인 삶의 질이 멸망 수준에 달하기 전까지 Z의 인기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입니다.
4. 푸틴 이데올로기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연이 아니다. 이건 푸틴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입니다. 푸틴주의자들의 구호를 직역하면 “승리의 소유”인데, 여기서 승리란 세계 3차 대전에서의 승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의 내러티브는 과거에 러시아가 나치를 물리침으로써 세계를 구원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2차 대전에서의 승리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고 믿는다. 이들의 이데올로기 속에서는 핀란드,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나치입니다.
해외에선 이런 푸틴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듯합니다. 이런 분석을 못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야박하게 굴진 않겠다. 이건 서구 마인드에선 너무 반직관적이라 이해하기 어렵죠.
푸틴이 정보 기관의 아첨 때문에 이번 전쟁을 너무 서두른건 맞죠. 그러나 푸틴주의의 세계관 속에서 이번 전쟁은 단순 일탈이 아니에요. 이건 완전히 논리적인 결정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긴장 완화를 외치는건 완전히 미친 생각입니다. 푸틴은 이번에 안 되면 다시 정비해서 전쟁을 또 일으킬텐데, 그 때는 훨씬 더 강해져 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푸틴을 물리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는 없습니다. 지금 푸틴은 잘못된 판단으로 서둘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생긴 약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푸틴은 중국과 연대하고 재정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벌어지는 다음번 전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끔찍할 것입니다.
중국이 러시아의 무역 파트너로써 서방을 대체할 수 있는가?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푸틴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의 긴장 완화는 당장의 위협만 줄이려는 매우 단기적인 사고입니다. 긴장 완화의 장기적인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 체제는 매우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착 달라 붙으려 하고 있습니다. 긴장 완화는 러시아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간만 벌어다 줄 뿐입니다.
러시아와의 충돌은 최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수적인 충돌을 피해봐야 충돌을 늦출 뿐입니다. 푸틴의 오판은 “현재” 러시아 체제를 매우 약화시켰다. 고로 지금이 긴장 고조를 위한 최적의 시간입니다. 다음번엔 러시아는 더 잘 준비된 상태일 것입니다.
긴장 완화라 함은 더 위협을 가하지 않고 푸틴이 더 큰 일을 벌이지 않을 거란 기대 하에 최대한 많은 걸 넘겨주는 것입니다. 그건 1938년 체임벌린이 히틀러와 협상했던 방식입니다. 히틀러는 수덴텐랜드를 요구했고, 그게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체임벌린은 무책임한 전쟁광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조국을 전쟁의 공포로부터 구하려는 합리적인 리더였습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에게 합리적인 타협점을 제시했고 영국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긴장 완화는 히틀러가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줬고, 훨씬 강해져서 돌아왔죠. 왜 히틀러 이야기를 하냐고요? 히틀러와 푸틴의 전략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1)위기를 조성합니다
2)타협점을 찾고서 물러난다
3)국내 지지를 강화시키고 더 강해진다
4)확대된 규모로 위 과정을 반복합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로 끝내지 않을 것입니다. 푸틴의 과거 행적을 보겠습니다.
1999년 체첸: 100만명
2009년 조지아: 400만명
2015년 시리아: 1700만명
2022년 우크라이나: 4400만명
점점 규모를 확대해왔고, 매번 더 큰 먹잇감을 노려왔습니다. 이 전략은 지금까지 잘 먹혀 들어왔습니다.
5. 푸틴 그리고 히틀러의 전략
게임 이론, 죄수의 딜레마를 생각해보세요. 죄수 두 명이 전부 침묵하면 둘 다 낮은 형량을 받습니다. 둘 다 자백하면 둘 다 더 긴 형량을 받습니다. 그러나 한 명만 자백하고 한 명은 침묵합니다면, 침묵하는 쪽이 제일 긴 형량을 받습니다. 즉,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신은 협력했지만 상대가 배신하는 경우죠. 한쪽이 배신하는 경우가 가장 큰 대가를 불러옵니다.
이는 인간 간의 협력에서 치러야 하는 대가의 비대칭성을 보여줍니다. 당신은 협력할 것인가, 배신할 것인가? 매파가 될 것인가, 온건파가 될 것인가? 매파 전략은 온건파를 상대할 때 가장 성공적입니다. 상대가 협력하는 경우에 당신이 배신하는 게 가장 높은 이익을 가져옵니다.
푸틴의 전략에는 상대방이 온건파라는 가정이 깔려있습니다. 상대가 항상 온건파이고 협력할 거라는 게 분명합니다라면, 매파가 되는게 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내가 위기를 조성하면, 상대방은 온건파적인 행동을 할 것이고, 나는 매파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그리고서 규모를 확장해서 똑같은 걸 반복합니다.
즉, 푸틴의 행동은 게임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알고리즘을 완전히 알고 있으면, 이걸 이용해먹을 수가 있습니다. 늘 예측 가능하게 행동합니다면 상대가 나를 파악하고 이용해먹을 수가 있으니, 내 알고리즘을 상대에게 노출해서는 안 된다.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상대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합니다.
고로 현재 “이성적인 주장”을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게임 이론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매파적 행동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늘 온건파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해야 상대방도 나를 이용해먹기 어려워진다. 상대방도 인간이기 때문에, 공포와 불안이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합니다는 건 늘 무서운 일이고, 높은 자신감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이 늘 온건파라는 걸 안다면, 상대의 자신감은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상대 관점에서 볼 때 당신이 빠르게 긴장을 고조시키고 매파적인 전략을 취할 위험이 20%라도 있습니다고 믿는다면 위험 감수를 덜 하게 된다. 즉,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하는 건 나를 이용해먹으려는 상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패인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긴장 완화를 하는 건 미친 짓입니다. 그건 당신이 매우 예측 가능한 온건파라는 걸 증명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상대의 위험을 줄여주는 행동입니다. 고로 다음번에 상대는 더 매파적인 자세를 취할 것입니다. 당신이 상대의 안전을 보장해줬으니까 말입니다.
이게 2차 대전이 시작했던 방식입니다. 연합군은 충돌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온건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체임벌린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머나먼 체코 슬로바키아의 다툼에 끼어드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으며, 평화를 선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히틀러는 상대가 온건적인 전략을 취합니다는 걸 확인했으니, 매파적인 전략을 채택하면 가장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합군은 자신들이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기에 안전합니다고 믿었습니다.
이게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했던 양상이었고, 세계 3차 대전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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